바람이 거세게 부는 지난 간밤, 울산으로 가는 KTX에 몸을 실었다. 무사히 2012년을 떠나 보내고 더욱 의미 있는 2013년을 맞이하겠다며, 해가 가장 일찍 뜨는 ‘간절곶’에서 소원을 빌고자 한 것이다. 밤 11시 30분경, 간절곶 근처 펜션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다. 꽁꽁 동여맨 옷자락을 풀어헤치고 별들로 가득 찬 하늘과 바다가 보이는 베란다로 달려나갔다. 일출 광경 보기가 그리 쉽지 않다던데, 내일은 어쩐지 느낌이 좋다.

사람들은 신년맞이 여행으로 대부분 정동진, 호미곶을 많이 찾는 것 같다. 그런데 필자는 왜 간절곶을 찾았느냐고? 이곳은 정동진보다 5분 일찍, 호미곶보다는 1분 일찍 해가 뜨는 곳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일찍 뜨는 곳이다. 무엇이든 남들보다 먼저 시작하고, 먼저 맞이하면 좋지 않은가? 단순히 그런 의미에서이다. 고요한 새벽, 오들오들 떨고 있을 때쯤 저 멀리 바다 끝자락에서 해가 수줍은 듯 붉을 빛을 뽐내며 떠올랐다. 매양 추위 속에 늘 해는 오고 가는 것이지만, 그 해를 바라볼 때마다 마음이 들뜨고 새로운 기분이다. 뜨겁게 솟아오르는 해를 보며 추웠던 몸과 마음이 스르르 녹아 내려버렸다. 그리고 2013년은 대박 나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날이 밝자 간절곶 항로표지관리소를 들렀다. 동북아 대륙에서 새천년의 해가 가장 먼저 뜬 이곳은 해맞이 등대를 영원히 기념하고자 위와 같은 모습으로 조성되었다. 이곳에 우두커니 서 있는 등대는 동해바다를 지나다니는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바다의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1920년에 건립되어 오늘날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불을 비춰주고 있으며, 그 빛은 약 48km(26해리)까지 도달한다. 혹 안개나 폭설 등으로 등대 불을 제대로 비춰줄 수 없을 때는 무신호기의 소리를 내 등대의 위치를 알려준다. 전망대 형식을 취하고 있는 등대에서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으며, 그 아래서 바라보는 등대는 위대해 보이기도 하고, 어쩐지 고달파 보이기도 한다. 바다로 나간 배들의 무사함을 한없이 바라며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니 말이다. 꼭 아이들을 물가에 내놓은 듯 걱정하는 부모의 모습과 같아 보인다. 한편, 등대 주변에서는 조형 등탑, 로도스섬의 거상 등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한편, 주변에는 다양한 조각상이 자리 잡고 있다. 신라충신 박제상의 부인과 두 딸이 애절하게 남편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출어한 어부의 무사귀향을 비는 간절한 소망을 담은 모녀상, 그 외도 많다. 이렇게 곳곳에는 조각상을 감상하기도 하고, 하나의 돌탑으로 세워진 곳에서 또 다른 돌을 쌓으며 소원을 빌기도 하고, 추운 날씨도 마다하고 차갑지만 평온한 바다를 감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저마다 이곳에서 어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