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학도인 나는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 5월에 있을 전주 국제영화제부터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전주 국제영화제는 2000년, 자유, 독립, 소통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영화를 통한 세상의 아름다운 변화"를 꿈꾸며 출발했다. 전주 국제영화제에서는 주류영화와는 다른 도전적이고 새로운 대안적 영화와 디지털 영화를 소개한다. 기존 영화관에서 볼 수 없었던 예술 영화나 대안 영화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전주 국제영화제를 손꼽아 기다리게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과제며 작품으로 지쳐있던 우리는 모든 것을 다 뒤로한 채 4월 30일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전주로 향했다.

영화제 거리에는 차 대신, 곳곳에서 전주 국제영화제를 상징하는 노란 티를 입은 JIFF 지기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JIFF 지기들은 영화제에 관련된 무엇이든 물어보면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영화관에 들어서기 전, 거리에서부터 영화제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제인 만큼 이번에는 다양하고 좋은 영화를 많이 보고 오리라 다짐했지만, 예매는 실패하고 영화를 선택하기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영화제 2박 3일 기간 동안 큰 도움을 준 곳이 바로 '지프라운지'라는 곳이었다. 전주 국제영화제에서는 행사가 시작되기 전 영화제를 더욱 알차게 즐길 수 있는 'JIFF 서포터즈'를 모집한다. 'JIFF 서포터즈'는 만 원 이상의 가입비를 내면 전주 국제영화제 티켓 카탈로그를 우편으로 직접 받아볼 수 있으며 온/오프라인으로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영화 티켓 할인은 물론 영화제 기간 동안 지프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데 JIFF 회원들이 쉬어갈 수 있는 휴식공간과 회원들을 위한 각종 간식이 제공된다. 뿐만 아니라 한쪽 공간에서는 소소한 이벤트들도 진행 중이었다. 나는 작년에 가입했던 'JIFF 서포터즈' 덕분에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된 영화를 3천 원에 입석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입석 관람은 JIFF 회원만의 특혜다.

왼쪽의 사진은 내가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본 영화 '파닥파닥'의 포스터다. 영화는 바다 출신인 고등어가 횟집 수족관에 들어오게 되면서 탈출하려는 고등어와 양어장 출신 물고기들의 대립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잘 알지 못했던 애니메이션의 깊은 세계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전주 국제영화제에서는 좋은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많은 영화들이 영화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GV)가 있다는 것이 전주 국제영화제만의 강점이다. 그 시간은 말 그대로 자유롭게 영화에 대해 질문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 영화에 대한 질문뿐만 아니라 영화를 찍는 과정들이나 개인적인 질문도 가능하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직접 그 자리에서 감독님 혹은 영화 속 배우들에게서 들을 수 있다.

영화 '파닥파닥' GV시간에 인상적이었던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영화 포스터에서 고등어와 마주하고 있는 물고기가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니모와 상당히 흡사한데 그 영화를 경쟁상대로 생각해 의도하시고 그린 건가요?" 감독님의 대답은 "의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감독과의 대화시간이 없었더라면 '파닥파닥'의 니모에 대해서는 영영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전주 영화제의 또 다른 즐거움은 2011년 신설된 "오프 스크린"이다. "오프 스크린"이란 영화의 화면 밖 영역을 의미한다. 상영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관객들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다. 내가 본 것은 '라이프 인 지프'라고 지프 스페이스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공연이었다. 영화제를 찾은 모든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다. 밴드의 열정적인 무대의 기운이 사진에서부터 느껴진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 영화관 앞에서 노래하는 가수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것 또한 전주만의 특색 있는 영화제 문화인 것 같다. 그때만큼은 스크린 앞에 앉아 보기만 하는 관객들이 아니라 함께 뛰고 소리 지르며 소통하며 모두가 하나가 된다.

전주는 영화제 이외에도 볼거리가 많은 관광지이다. 남는 시간에 전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한옥마을'에 다녀왔다. 오랜 시간 앉아서 스크린을 바라보느라 피로했는데 한옥마을에서 구경도 하며 편히 쉬어갈 수 있었다. 한지공예나 연 만들기 등 직접 한옥마을을 체험할 수 있는 작은 행사들이 많아서 여행 온 사람들이나 중고등학생들도 많이 있었다. 내가 방문한 날은 날씨가 좋아서 사진이 어찌나 잘 나오던지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영화의 거리와는 또 다른 모습의 전주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처럼 영화를 보고 남는 시간에 한옥마을을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한옥마을은 영화의 거리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주에서 유명한 맛집도 이곳에 모여 있다.

마지막으로 함께 한 우리 자랑스러운 영화영상과 학생들의 단체 사진을 공개한다. 잘 보이지 않지만, 모두가 입고 있는 빨간 과 복에서부터 영화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고 있지 않은가.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가벼우면서도 무거웠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박 3일 동안 내가 하고 싶은 영화라는 분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2학년이 되고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던 시점에 전주영화제라는 행사가 뒤처져 있던 나에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유를 찾아주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이 시간이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행복한 추억으로 자리 잡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