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성악과 12학번 그의 이름 박태수.
조선일보 '가난한 씨름 왕, 과외 한번 없이 서울대 음대 가다.' 기사를 통해 제일 먼저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기사 속 그의 모습은 피아노 앞에서 정장을 입고 근엄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서울대 인근 한 카페에 들어서자, 차를 마시며 여유를 부리는 한 학생이 눈에 띈다. 멀리서 풍채만 보아도 기사에서 접한 그라는 것을 단번에 짐작하게 했는데. 인터뷰의 첫 질문에 운을 띄웠다. 사투리로 필자의 질문에 술술 답을 한다. 이내 피아노 앞에서 정장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던 그의 근엄한 느낌과는 다르게 갓 대학에 입학한 풋풋한 20살 일반청년과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는 듯 기분이 들었다.

초등학교 3학년 '씨름 신동'이라 불린 그는 현재 서울대 성악과에 재학 중이다. '씨름'과 '성악'?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필자의 머릿속에 의문을 품게 했다. 그의 당시 꿈은 무엇이었을까?

"초등학교 3학년, 처음 씨름을 시작했을 때는 프로씨름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그리고 중학교 올라가서는 한 달 정도 유도를 한 적이 있었는데 허리가 아파서 그만둘 수 밖에 없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유도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중학교 2학년 때 교회 선생님을 알게 되면서 성악가의 꿈을 꾸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아무 생각도 없이 노래를 시키니까 불렀어요. 그러던 어느 날, 콩클 대회에 나가서 입상 하게 되었는데 처음으로 '내가 노래를 잘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고등학교 1학년 때) 서울대를 가야겠다고 마음도 먹었던 것 같아요"

"당시 교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원래는 어른들이 성가대를 했었는데 특별히 고등학생이 성가대를 해보자 해서 찬양을 부르게 되었어요.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소리도 잘 못 내고 악보도 잘 못 읽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는 악보를 보자마자 불렀어요. 그때 선생님이 악보도 볼 줄 알고, 운동으로 다져진 체격 때문인지 '소리도 괜찮네' 하시면서 '음악 한 번 해보지 않을래?' 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친구들이나 아버지 같은 경우는 제가 하고 싶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뭐든 하라고 격려해주시는 편이었는데, 당시 어머니께서 고생도 많이 하셨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일반 회사에 가서 돈을 벌었으면 하셨어요. 음악을 한다고 해도 장래가 보장되어 있는 게 아니니 어머니로서는 반대보다 걱정이 먼저 앞섰던 것 같아요. 학교 선생님께도 음악을 배워 서울대를 가겠다고 했더니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시더라고요. 정말 씁쓸했어요."

"아버지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빚이 생기게 되었어요. 집도 경매에 넘어갈 뻔했는데 다행히 그 상황은 면했어요. 하지만 월 200만 원 정도를 벌어도 반 이상은 빚 갚는데 돈이 나가 돈을 모을 여력조차도 없었어요. 학교 다니는 저나 동생은 학업에 열중하기도 매우 어려웠던 때였어요. 그래서 어머니께서도 일반 회사 취업을 권 하셨던 것 같아요."

"교회 성가대 지휘자 선생님께서 성악을 전공하셨어요. 비싼 레슨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걸 아시고 무료로 가르쳐준다고 하시더라고요. 대신, '꿈을 키워서 세계적인 성악가가 될 자신이 있다면 도와줄 테니 와서 배워라!'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기본적인 발성을 배우게 되었고, 노래는 이런 부분은 어떻게 불러야 좋겠다. 서로 맞춰가면서 차근차근 배워나갔고요. 또 지휘자 선생님 아시는 분께서 성악을 하고 계셨어요. 제 사정을 듣고 나서 한 달 동안 무료로 성악을 배울 수 있게 기회를 주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한동안 서울에서 살다시피 했었어요."

"원래 운동을 하던 사람이라 공부는 뒷전이었어요. 서울대는 꿈도 꾸지 않았죠. 그런데 성악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서울대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집안 형편도 좋지 않아 학원에 다닐 수도 없었는데 친구들이 사서 다 풀고 난 문제집을 달라고 해서 열심히 공부했어요. 입학하고 나니 부모님도 친구들도 선생님도 열렬한 환호를 해 주시더라고요. 처음엔 다들 시큰둥해 하시더니(웃음).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삼성 꿈 장학재단에서 큰돈은 아니지만 15~20만 원 정도의 장학금을 주셨어요. 음악을 시작하면서 받았던 장학금은 음악 공부하는데 보태 써야 했는데 워낙 하고 싶은 게 많다 보니 음악공부에 대한 투자는 사실 다 못 했어요. 대신 어떻게 쓰면 가장 적은 돈으로 많은 이윤을 남길까 하면서 장학금을 썼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제도가 저한테는 더 열심히 하게끔 동기를 유발한 것 같고 많은 보탬이 되었던 것 같아요."

"성함은 김종원 선생님이세요. 성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지금 서울대에 입학하기까지 그분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에요. 그래서 제 인생 최고의 스승이자 멘토예요. 성악뿐 아니라 저를 친아들처럼 대해주셔서 아끼는 분이신데, 당시 옷을 허름하게 입고 다니는 저한테 서울 가서 성악을 하려면 비쥬얼도 중요하다며 백화점 가서 옷도 사주신 적 있어요. 정말 감사한 분이죠."

"일단 성악과에 재학 중이기 때문에 성악에 대해서 많이 알려주고 싶어요. 무엇보다 성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신감이에요. 자신감이 없으면 목소리가 자동으로 기어들어가요.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지난 시절 저 역시도 자신감이 없었어요. 성적도 나빴고, 누가 저한테 잘났겠다고 하겠어요? 그런 가운데 자신감 있게 노래 부르려고 노력했더니 결국 이 자리까지 온 거예요. 자신감이 없으면 어떤 능력이 있더라도 좋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 아무리 바보라도 열심히, 자신감 있게 노력한다면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다고 꼭 얘기해주고 싶어요."

"성악 공부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문제없었는데, 2학년 때 슬럼프가 찾아왔어요. 건강도 좋지 않아 소리도 잘 나오지 않고, 콩클 대회에 나가도 다 떨어져서 실망감, 박탈감, 열등감이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스펙 쌓아서 대학 갈 준비 하는데 '나는 왜 이러나' 압박감도 없지 않아 있었고, 주변에서는 음악이 아닌 일을 권유해서 '그만둘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3~4년 동안 음악을 한 게 너무 아까운 거예요. 그래서 오기가 발동했던 것 같아요. 그 오기로 집에는 피아노가 없으니까 개방된 교회에 들어가서 새벽 3시까지 피아노를 치다가, 지쳐서 집에 기어 들어간 적도 있었어요."

"유명해지면 서울대 교수도 해보고 싶어요. 고등학교 때는 서울대 성악가 교수가 목표였는데 그러려면 많은 공연경험도 있어야 해요. 그래서 일단 오페라 가수가 돼서 한국이 아닌 국외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한국사람이 서기 어려운 '라스칼라'라는 이태리 무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무대 등…… 그리고 오페라 가수 중 카루소라고 있는데 드라마틱한 테너예요. 바바로티보다 앞 세대 사람인데 굉장한 천재예요. 그 사람의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설레더라고요. 다른 사람들도 제 노래를 그렇게 들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무조건 노래연습이에요. 노래연습을 어떻게 하느냐, 무엇보다 고등학생 티를 벗어야 해요. 고등학교에서는 목소리 좋으면 콩클 대회 1등하고 그랬는데, 대학교 들어오면서 음악성?예술성이라는 것이 덤으로 붙어요. 이런 요인들을 갖추려면 많은 경험이 중요한데, 다양한 경험들을 해보려고 노력할 거예요."

"무엇을 하더라도 포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꿈을 정했으면 어떤 어려움이 와도 해내야 하고, 자신감도 필요해요. 또 그 꿈에 대한 확고한 자신만의 주관, 자긍심이 있어야 해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내 미래의 모습이 상상 되는 것처럼 자신이 되고자 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결국 그 꿈은 이루어지기 마련이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잘하면 내 안에 잠재된 능력도 결국 나오기 마련이니 놓치지 않고 꿈을 향해 도전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