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386세대라면 대학로 대로에서 민주화를 외치고, 막걸리 한 사발에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걱정하던 시절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이후의 세대들은 대학로에서 미팅도 하고, 연극도 보고,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을 들이키던 미덕이 있었다. 1990년대에 들어와 정치운동의 쇠퇴와 세계화, 거리환경 개선사업과 더불어 대학로에 소극장 밀집지역 및 문화의 거리 바람이 불었다. 문화산업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뮤지컬이 대학로로 유입되면서 소극장 뮤지컬의 바람을 일으키고 많은 공연장이 생기면서 다양한 장르의 공연도 생겼다. 뮤지컬과 연극이 있는 대학로 '소극장'에서는 어떤 젊음과 낭만을 느낄 수 있는지 따라가 보자.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어느 출구로 나와도 대학로에서 즐길 수 있는 각종 공연 포스터가 한눈에 들어온다. 어떤 공연을 볼까 고민하고 있으면 어디선가 한 학생이 다가온다. "연극 안 보실래요?"
대학로에 많은 소극장이 밀집해 있는 가운데, 거리 곳곳에는 다양한 연극을 소개하며 표를 파는 아르바이트생들이 꽤 많다. 주 연령층은 고등학생에서 대학생. 언론에서는 호객행위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고 하지만, 그리 나쁘게 볼 문제만은 아닌 듯 하다. 단순하게 대학로의 많은 공연 중 어떤 것을 볼지 모르는 관객에게 재미있는 연극 한 편을 추천 받는다고 생각하면 좋은 공연을 볼 수 있기도 하다. 또 굳이 예매하고 오지 않아도 표를 저렴하게 구해 연극을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공연하는 연극 시간을 기다리다 대학로 한 바퀴를 돌다 보면, 더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는 극장들이 즐비해있다. 평일 주말 상관없이 북적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샘터파랑새극장과 마로니에극장, 바탕골소극장, 성죄소극장, 연우소극장, 대학로 극장 등은 문화의 거리로서 더욱 빛이 난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극장이 즐비한 이 거리는 주말의 차 없는 거리를 통해 젊은 예술가는 물론 아마추어 공연 등 다양한 거리 공연도 즐길 수 있다.

필자가 찾은 곳은 대학로 두레 홀 3관 소극장이다. 두레 홀 3관 소극장에서 관람한 연극은 80만 관객을 기절시킨 웃음 핵폭탄, 9년째 장기 흥행 대기록을 세운 '보잉보잉 1탄'. 공연장 앞에서부터 공연시간만 다가오길 기다리는 청춘 남녀들의 얼굴에선 설렘 가득한 표정을 느낄 수 있었다.

소극장에 입장하면 객석을 가득 채운 관중이 눈에 보인다. 커플?친구?가족?모임단체 등 세대 구분 없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모습을 보니 대학로 소극장을 많이 찾는 이유가 더욱 궁금해진다. 연극 공연에 앞서 관객들에게 깨알 웃음을 선사하는 극단배우가 입장한다. 바로 '이벤트'를 하기 위함이다. 매 공연마다 이벤트를 진행하고, 참여한 사람에게는 소정의 선물을 증정하는데 연극을 즐기러 온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관심거리로 주목 받는다. 이날 진행한 이벤트는 어떤 것일까?

유쾌한 입담으로 막간의 이벤트를 진행한 MC 덕에 극장 내 관객은 모두 박장대소를 했다. 이렇게 재미있게 웃는 관객들을 보고 MC는 관객에게 한가지 당부의 말을 전한다. "이렇게 박장대소하신 것처럼 본 공연은 코미디 극이니 편안하게 웃으면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힘찬 박수와 함성으로 공연은 드디어 막이 올랐다.

어두운 조명 속에서 배우들이 하나 둘 입장한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무대세트 하며 배우 한 명 한 명이 돋보이게 하는 무대조명은 소극장에서 연극을 더욱 몰입해서 즐길 수 있도록 뒷받침했다. 대형 극장과는 달리 가까운 거리를 통해 배우와 관객은 눈을 마주치고 교감하는 데 있어서 소극장의 무대는 관객에게도 배우에게도 의미 있는 공간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관객을 위해 연기를 하는 배우와 배우의 연기에 호탕하게 웃어주는 관객으로 하여금 소극장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이렇듯 많은 관객이 대형 공연장에 비해 자리가 불편하고 무대도 작은 소극장을 찾는 이유는 대형 무대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재미와 친근함으로 관객을 유혹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배우와 관객 간에 이루어지는 소통, 극 속에서 느끼는 재미와 일상에서 찾고 싶은 감동을 한 공간에서 느끼고 싶다면, '젊음의 거리', '낭만의 거리', '열정의 거리', '문화의 거리'로 불리는 젊은 청춘 남녀의 문화 집결지 대학로 '소극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