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오디션 열풍이 한창이다. 2009년 케이블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1'이 성공리에 방영을 마친 것을 필두로, 케이블 채널을 넘어 지상파 3사까지 경쟁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고 있어 '오디션 공화국'이라는 표현까지 생겨났다. 현대 가수들의 등용문이 슈퍼스타K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 7080년대 가수들의 등용문도 있었다. 바로 MBC '대학가요제', '강변가요제'가 그 예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대학생들의 꿈과 열정이 담긴 과거 가요제와 현대 오디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 내막을 파헤쳐보자!

1977년 9월 어느 날, 대학생만을 위한 가요경연대회가 열렸다. 대학생들의 건전한 음악생활 향유와 건전한 대중음악의 발전을 내건 대학가요제는 젊은이들의 폭넓은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수많은 스타들의 등용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1979년, 1980년대까지 대학가요제와 양대 산맥을 이루었던 강변가요제 역시 스타들의 등용문이었다. 기성 가요제의 저변이 넓지 않았던 시절, 신선한 노래와 얼굴들을 잇따라 배출함으로써 건강한 대학문화의 한 산실이 되어왔고, 1980년대 중반까지는 가요제 출전 자체만으로도 소속대학의 스타가 되었을 정도였다.

한편, 음악을 사랑하는 대학생들의 로망인 꿈과 열정의 무대 대학가요제, 강변가요제는 당시, 대학생만 참가할 수 있었던 조건 때문에 악기 좀 다를 줄 아는 학생, 노래 좀 부른다고 하는 학생은 가요제에 참가하기 위해 대학에 입학했다는 우스갯소리의 후문도 있다. 하지만 1999년 강변가요제는 학력제한을 없애고, 만 17세 이상이면 누구든지 참가할 수 있는 조건의 제도를 마련하였지만, 젊은이들의 놀 거리가 다양해지고 가수의 등용문이 기획사 중심 체제로 재편되면서 급격하게 퇴조의 길을 걸었다. 결국, 2001년 22회를 마지막으로 폐지되고, 대학가요제만 현대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대학가요제나 강변가요제에서는 많은 신인가수를 배출하고 히트곡을 탄생시켰다. 주로 '나'를 표현한 순수창작곡으로 꾸며진 무대가 인기를 끌었으며, 대학가요제 1회 대상 수상 팀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는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대학가요제의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이후 이범용?한명훈의 <꿈의 대화(1980)>, 높은음자리 <바다에 누워(1985)>, 유열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1986)>, 신해철 <그대에게(1988)>, 전람회 <꿈속에서(1993)> 등 대상 곡들이 잇따라 히트를 치면서 대학가요제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스타발굴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었다.

강변가요제에서 낳은 스타로는 대상 수상자는 아니지만 1981년 장려상을 받은 가수 주현미가 있다. 또 1984년 7월 29일, 남녀 듀엣이 대상을 거머쥔다. 부모님이 알아 볼 것을 염려해 파마머리를 하고 나온 그녀의 외관은 촌스럽기 그지없다. 그 시절만 해도 참가한 여성은 모두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방송국 지침 때문에 급하게 구경 나온 여중생의 파란색 통치마를 빌려 입어 웃음을 선사한 그녀의 이름은 <J에게>를 부른 가수 이선희이다. 또 장려상을 받은 박미경의 <민들레 홀씨 되어(1985)>, 이상은의 <담다디(1988)>, 이상우의 <슬픈 그림 같은 사랑(1988)>은 가요계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며 강변가요제의 '전성시대'를 장식했다.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 쌍두마차는 1980년대 대중음악계를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특이한 방식의 세대교체 모델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청년 정서', '대학생 문화'의 성공신화는 1980년대 거물급 스타들을 배출한 뒤 막을 내리고 말았다. 대학생의 '풋풋함', 음악적 선도성과 일치되던 시기가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대중문화 개방과 시장 확대 등으로 대중의 음악 취향이 고도화되었다. 2009년 영국의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트니 갓 탤런트'에서 영감을 받은 '슈퍼스타K'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오디션 프로그램은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 대국민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는 전국 8개 지역에서 예선이 이루어지고, 최종 통과 자는 서울 슈퍼워크에서 'TOP10'을 가려 생방송 무대에서 서바이벌 오디션을 치르게 된다. 케이블 TV 역사상 기적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대한민국 방송사마다 오디션 열풍을 일고, 음악 외 다양한 장르별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성되기도 했다.

한편, 대학가요제나 강변가요제와 같이 학력?나이제한을 두지 않은 현대 오디션프로그램은 다양한 계층이 오디션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1세부터 99세까지, 심지어 외국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현대 대국민 오디션프로그램은 누구에게나 도전기회를 제공하여 희망을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1년 방송된 SBS '박진영의 영재 육성 프로젝트' 등 오디션프로그램이 시도되긴 했지만, 당시 직접적으로 신인가수 육성으로 연결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오디션프로그램이 난무하는 가운데 오디션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하면 너도나도 스타덤에 올랐다. 오디션에서 대상을 받은 참가자, 대상 후보로 오른 참가자, 가슴을 울리는 사연을 가진 참가자, 형편없는 실력이지만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한 참가자 등이 그 예이다.

그 중 슈퍼스타K에서는 서인국, 조문근, 허 각, 존 박, 울랄라 세션, 버스커 버스커 등 실력이 뛰어나고 사연 있는 오디션참가자들을 연예계로 배출시켰다. 위대한 탄생에서는 중국출신인 백청강, 전 축구선수 구자명이 우승하면서 주목 받았다. 뿐만 아니라 최근 더욱 인기몰이하고 있는 오디션프로그램 K팝 스타는 우승자가 발표 나지 않았음에도 참가자 한 명 한 명이 이슈가 되고 있다.

옛 가요제나 현 오디션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같다.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고, 누군가는 심사 하고, 끝으로 우승자를 골라낸다. 하지만 옛 가요제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더욱 다양화되었고, 더욱 심사숙고 해 졌으며, 가수를 꿈꾸는 자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어느 정도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또 어마어마한 상금과 부상, 초호화 음반발매, 유명한 공연무대 출연, 꿈에 그리던 가수와의 합동공연 등은 현 시대에서만 누릴 수 있는 우승자의 특권이다.

한편, '위대한 탄생' 프로그램에서는 최초의 멘토링 제도를 도입하였다. 실력 있는 가수를 멘토로 내세워, 참가자들을 멘티로 삼고 1:1 지도를 하여 서바이벌 경쟁을 펼치게 했다. 'K팝 스타' 역시 마찬가지로 최대 대형기획사인 SM?YG?JYP 대표가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회마다 출연자를 캐스팅하여 직접 지도하고 경쟁을 펼치게 했다. 이는 예전과는 다르게 개인만의 경쟁이 아닌, 소속사 간의 경쟁심리 구도도 구축했다.

'보이스 코리아' 프로그램에서는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달리 오로지 목소리로만 평가하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외국 프로그램 '더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를 모방한 것이다. 4명의 코치가 블라인드 오디션을 통해 마음에 들면 자신의 팀원을 선발해가는 방식으로 다른 오디션프로그램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또 과거 가요제 심사위원의 안목으로만 대상참가자를 뽑았다면, 현대는 현 가요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유능한 가수가 심사위원이 되고, 코멘트를 해주고, 또 직접 점수를 매기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더불어 국민이 지지하는 참가자에게 직접 문자 투표를 하는 등 국민도 심사위원이 되는 제도를 마련했다.

대학가요제나 강변가요제 그리고 현대 다양한 오디션프로그램들은 예나 지금이나 가수의 등용문 절차이다. 그리고 대학생을 넘어서 이제는 모든 계층의 꿈과 희망 그리고 열정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연결고리를 가졌다. 하지만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가수를 준비했던 가요제 시절과는 달리 소속사의 집중적인 트레인으로 아마추어를 프로로 만들고, 원하는 꿈에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준다는 점에서 과거가요제 제도와 현대 오디션문화의 제도는 차이가 있다. 또한, 노래실력만 출중하면 됐던 과거 가요제와는 달리 이제는 미모, 개성, 춤, 작사?작곡?편곡 능력까지 뛰어난 자질도 갖춰야 한다. 이렇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오디션문화는 향후 감동과 재미뿐 아니라 훌륭한 인재가 발굴 될 수 있도록 더 나은 시스템을 도입하여 건전하고 영향력 있는 오디션문화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