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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나의 팔색조 보헤미안 여행작가 '너는 自you다'

눈이 많이 내린 추운 어느 겨울날, 동양미래대학교 근처 한 카페에서 TV에서만 보던 손미나 아나운서를 만났다. 아니, 이제는 엄연히 손미나 여행작가를 만났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친근하겠다. KBS 24기 공채 아나운서로 <가족오락관><도전! 골든벨><KBS 뉴스 9>등의 프로그램을 하며 화려한 전성기를 맞던 그녀가 이젠, 세계 곳곳을 누비며<스페인 너는 자유다(2006)><태양의 여행자(2008)><누가 미모자를 그렸나(2011)>등의 책을 내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미나 공주’에서 ‘팔색조 보헤미안’으로 불리는 그녀가 필자에게 건넨 첫마디다. "안녕하세요.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변신하는 재미에 사는 여자 손미나입니다."

Q.새해가 밝았습니다. 요즘 근황은 어떠신지요?

"요즘은 프랑스 여행기를 집필하고 있어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자기 인생을 주도적으로 변신하고 싶을 때 변신하는지, 인생설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변신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인가 등에 관한 내용으로 기업체나 대학교 등 많은 강연을 다니며 지내고 있습니다. 조만간 TV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여러분을 만나 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웃음)"

Q.아나운서로 활동하다 여행작가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많은 변화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달라지지 않은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매체는 달라졌지만, 대중을 상대로 소통하고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은 변함없습니다. 예전에는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TV를 통해 시청자와 소통했다면, 지금은 활자를 통해 독자와 여전히 소통하고 있으니까요. 차이점이 있다면 방송은 시간과 장소에 대한 제약이 많았는데, 지금은 시?공간상 자유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방송에서 실시간으로 사람들과 대화를 했다면, 글 쓸 때는 오랫동안 여행도 하고, 나만의 공간에서 충분히 생각을 숙성시키는 시간을 가졌다 이따금 책으로 독자들과 소통을 하니까 더욱 친밀한 소통을 하게 되었죠. 그 외 팬층이 불특정다수에서 특정한 일정 팬층으로 바뀌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Q.여행 작가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일단 아나운서 활동을 그만둔 것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로 설명하기엔 너무나 복잡한 일인 것 같아요. 아마 누구나 오랫동안 해오던 일을 쉽게 그만두는 사람은 없을 텐데, 저 또한 마찬가지였어요. 일단 아나운서 경력 8~9년 차 정도 되니 방송 시스템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고, 다양한 노하우가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당시 저는 방송을 하면서 어떤 한계에 부딪히지 않고, 무엇인가에 끊임없이 주도적으로 방송에서 역할을 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였고, 더군다나 아나운서로 활동하던 지난 시절 약 5년 동안 쉬지 않고 KBS에 출근했었어요. 정말 단 하루라도 KBS에 출근하지 않는 것이 꿈이었어요. 저에게 휴식이 굉장히 필요한 상황이었고, 그러던 찰나에 회사에서 어렵게 휴가를 얻어 스페인 유학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스페인 여행 중 어느 날, 이탈리아에서 온 여자 의사를 만나게 됐어요. 결혼을 앞두고 혼자 여행을 왔더라고요. 보통 한국에서는 결혼을 앞둔 여자가 혼자 여행 간다고 하면‘감히 여자 혼자 어딜!’이럴 텐데, 그 여의사는 휴양지에서 싱글들과 너무나 신나게 놀고 있는 거예요. 그 당당함이 부럽고, 보기 좋아서 처음 본 사람 같지 않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친해지게 됐어요. 그런데 그 여의사가 제게 ‘너는 어떤 사람이니?’라는 질문을 하더라고요. 저는 일 얘기를 하면서 ‘어떤 사람이다.’라고 설명했더니, 그 여의사가 ‘So Are you happy?’라고 물었어요. 그런데 제가 아무 대답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때 ‘분명 내가 일을 잘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지금 행복하지는 않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변화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진 거죠."

Q.작가님이 꿈꾸는 삶은 어떤 삶인가요?

"저는 자유로운 삶을 지향 한다기 보다 너무 쫓기듯이 정신없이 혼을 빼놓고 나아가는 삶이 싫어요. 누구도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평생을 사는 사람이 없듯이 인생은 유한한 여행이에요. 짧은 생애 앞만 보고 달리다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사는 사람이 99.9%인데, 제가 지난 10년을 그렇게 살았더라고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쉼표의 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시기에 쉬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스페인 유학을 떠났고, 만약 지금까지 이뤄왔던 모든 것들을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서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았다면 ‘스페인 너는 자유다’와 같은 책도 못 썼을 테고,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을 못 누리게 되었을 거예요."

Q.새로운 도전에는 무한한 용기가 필요하고, 도전의 값진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스페인 너는 자유다’라는 책은 현재 20만 불이 훨씬 넘게 팔렸어요. 비전문가가 쓴 에세이로써는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그런데 이 책이 많은 사랑을 받기까지, 누구도 처음에 기대하지 않았어요.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낯설기도 했고, 문학을 전공했지만, 글을 잘 쓰는 편도 아니었고, 아나운서였기 때문에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 소화해 낸 책이었으니까요. 이 책을 펴내기까지는 약 8~9개월이 걸렸는데, 너무 바빠서 미용실에서 한 줄, 방송 준비하면서 한 줄,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할 때 음악 흘러나올 때 한 줄씩, 그렇게 눈물겹게 썼어요. 그리고 주말이면 상수동에 강변이 내려다보이는 예쁜 카페가 있는데 아침 10시에 들어가서 문 닫는 새벽 3시까지 한자리에 앉아 글만 썼었어요. 카페 직원이 ‘이러다 병나요!’라며 말리는 일도 있었죠. 책 교정을 볼 때도 8번을 봤어요. 이런 고비를 넘기고 나니 다음부터는 글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어요. 이후부터는 작가가 스스로 성장하지 않으면 아무리 멋있고 새로운 나라를 가도, 보고 느껴지는 것이 비슷해 저 자신을 채찍질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엄청난 절제력을 갖고 생활하기 시작했는데, 이를테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지닌다거나 아침에 머리 맑아지게끔 산책도 하고, 좋은 차도 마시고,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글을 썼고, 또 쓰고 있습니다."

Q.작가님 이미지는 굉장히 교양 있고, 어떠한 일을 해도 완벽해 보여요. 작가님이 보는 자신은 어떤 사람이며, 문득 지난 학창시절이 궁금해지네요!

"사람이 완벽할 순 없죠. 제 주변 지인들은 저를 보면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너무 엉뚱하고 덜렁대는 면이 있다고요. 하지만 일할 땐 철저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의 대학 시절이라... 완전히 외국어 공부에 미쳐있었죠. 틈나면 외국어 학원 다닐 정도였으니까. 사실 처음부터 아나운서를 지망한 것도 아니었어요. 오로지 몇 개 국어를 유창하게 해서 국제기구에서도 일해보고, 넓은 세계로 나가는 것이 꿈이었어요."

Q.학창시절 진로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요?

"솔직히 진로에 대한 걱정을 해보진 않았어요. 저는 스페인학과를 나왔는데 게시판에 항상 취업 공고 글이 올라와 있었어요. 그 이유가 스페인어를 하는 사람은 굉장히 적은 데 비해, 정작 대사관만 해도 30개가 넘고, 파생되는 여러 가지 기관, 정부기관 등 스페인으로 진출할 곳이 많았거든요. 더군다나 당시 새로운 학과가 많이 생겨나던 시기였어요. 요즘 대학 강의를 다니면서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들을 자주 봐요. 모두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힘들어하는데, 사실 그때도 취업난은 심각했어요. 단지 지금은 더 심각해졌다는 것뿐이죠. 그런데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요즘은 전망 좋은 학과에 꼭 가지 않아도 복수전공이나 편입을 해서 취업의 문을 넓힐 수도 있고, 전공과 상관없이 진로를 택할 수도 있잖아요.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무기를 만드는 것’이에요. 그 무기를 잘 개발하면 틈이 없어 보이는 곳에 틈이 있기 마련이에요. 발상의 전환을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요. 가고 싶은 직장이 있다면 그 직장에서 어떤 사람을 뽑을지에 대해 알아보기도 하고, 맞춰보기도 하면서요."

Q.대학 특강을 다니시면서 많은 학생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멘토는 없었나요? 멘토의 역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멘토의 의미를 어떻게 두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딱 한 명만을 꼽으라면 저는 아버지라고 할 수 있어요. 어렸을 적 너무나 많은 영향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사실 많은 사람이 ‘멘토~ 멘토’ 하는데 멘토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멘토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나 태도를 파악해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대목인 것 같아요. 어쨌든 깊은 소통을 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생각이고요. 수영이도 그렇고, 저에게 멘토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너무도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요. 언젠가 그분들과 마주앉아 진짜로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감히 제가 누구의 멘토다, 어떤 역할을 해 주었다라고 얘기하긴 힘든 것 같아요."

Q.20대 대학생활은 설레기도 하지만 새로운 관문에 늘 도전해야 하므로 두렵기도 합니다. 그 시기를 똑같이 겪은 작가님으로서 격려의 메시지 부탁 드릴게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인생은 봄과 같다고. 찬란한 시기가 매우 짧아요. 그중에서도 20대는 특히. 우리는 10대까지 억압된 사회의 교육체제에 갇혀있었기 때문에 20대 이후부터는 어떤 방향의 삶을 살아가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을 가는데 과연 자유의 참맛은 무엇인지, 이 자유를 어떻게 지혜롭게 누릴 것인지 그것을 알고 시작하는 사람이 없어서 많은 오류를 범하곤 하는데요. 저의 경우 아무것도 모르는 새내기 때 아버지께 한 통의 편지를 받았어요. 당시 하신 말씀이 너무나 인상적인데, ‘군자는 남이 볼 때나 보지 않을 때나 말과 행동이 똑같다’고 하셨어요. 이것을 잘 명심하면 내가 흘려보낸 시간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있고, 열심히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도 있을 거예요.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겠지만. 또 나의 20대가 어둡고 불안하고 남들보다 뒤처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쌓이는 무엇인가가 있을 거예요. 부디 용기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새해가 되면 저마다의 목표가 생기는데, 작가님의 올해 버킷리스트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현재 프랑스 책을 집필하고 있는데 잘 마무리 하는 싶고요. 아버지를 추억할 수 있는 사진집도 내고 싶고, 어느 정도의 기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소설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어요. 얼른 시작하고 싶고, 다음에 집필할 책을 위해 여행도 가고 싶습니다. 아! 제가 팟캐스트를 시작했는데요. 제목이 ‘손ㆍ여ㆍ사(손미나의 여행사전)’입니다. 잘 만들어서 많은 사람에게 휴식 같은 시간을 제공하고, 함께 소통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연애도 해야 하는데(웃음). 제 가족과 주변에 절 아껴주는 사람과 희망적인 2013년을 기대하고 싶네요. 다른 분들에게도 그 기운이 퍼져 나갔으면 좋겠어요!"

2013년 또다시 시작된 새로운 해. 올해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시련과 고통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설렘보다 걱정부터 앞서기 시작한다. 그런 이들에게 손미나 작가의 이야기는 많은 귀감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특히 변화의 시기에 놓여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녀의 용기를 닮아 새롭게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끝으로 ‘실패하고 좌절해서 넘어지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나면 티 안 나는 것이 20대’ 그녀가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다. 손미나 작가도, 제아무리 성공한 사람들도 20대는 불안했다. 한 가지 명심할 것은 30~40대도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이다. 젊은 청춘들이여, 용기를 가지고 손미나 작가처럼 2013년 힘차게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 보자.

글 : 김정희
사진 : 손미나작가 / 김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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