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고백을 하자면 19살, 남색 교복을 벗어 던지던 졸업식 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아침 8시에 등교해서 밤 10시 야간 자율학습까지 ‘공부, 공부, 공부’로 채워졌던 무미건조하고 힘겨운 시간을 지나 이제 20살, 그야말로 꿈꾸던 ‘대학생’이 되는데 뭐가 슬픈가. 대학생이 되어 찬란한 봄날을 맘껏 즐겨 주리라 마음먹었다. 달콤한 연애도 하고, 멀리 여행도 떠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세상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도 느끼며, 치열하고 즐겁게 지내리라는 상상을 하며 가슴이 설레었다. 그런데 대학생이 되고도 달라진 건 없었다. 다양한 경험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88만 원 세대와 100만 청년 실업자를 보면 또 다시 ‘학과 수업, 토익, 자격증’에 매진해왔다. 그러나 이번 겨울방학만큼은 19살 꿈꾸었던 버킷리스트를 꼭 실행해보자. 먼 훗날 젊은 날을 돌아봤을 때 힘들게 공부만 하는 모습보다는 추억할 수 있는 즐거운 일이 있다는 것도 큰 행복이자 힘이 될 것이다.

고등학교 지리 시간이 되면 나른한 졸음 속에서 사회과 부도의 ‘대한민국 지도’ 제일 첫 장을 펼쳤다. 그리고 지도 위에 가고 싶은 곳에 빨간 동그라미를 쳤다. 그 동그라미를 이어보니, 선이 되고, 길이 되어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졸업하고 나면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다니며 세상의 풍경과 마주하고 싶었다. 하지만 용기가 없고, 방법을 몰라 망설인다면 하나의 방법을 알려주겠다. 바로 만 25세 이하로 연령 제한이 되어 있는 코레일 ‘내일로’를 통해 전국 일주를 하는 것이다. 젊지 않다면 사용할 수 없는 이 기회를 날려버리지 말자! 7일간의 무제한 자유 열차 티켓을 56,500원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니 대관령으로 가 눈꽃축제를 즐기고, 부산에 가서 겨울 바다도 보고, 전주의 한옥 마을 게스트 하우스에서 따끈한 온돌에서 하룻밤을 청해보자. 게다가 내일로 티켓으로 부산역에 도착, 부산 아쿠아리움을 저렴하게 관람한 후 고려훼리를 타고 일본 하카다항까지 이동하는데 왕복 15만 원 선에서 모든 교통비를 해결 할 수 있다. 내일로 티켓으로 더 멀리 일본까지 충분히 다녀올 수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겨울 여행을 떠나 발자국을 남기고 오자.

연예인 노홍철이 대학생 때 장사를 시작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장사를 해야 하니까 너무 바쁘고 힘들었지만, 진짜 재미있어 멈출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다 급기야 친구들과 있는데 쌍코피가 터졌다.

친구들은 놀라는데 그는 웃음이 났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 사람은 재미있는 걸 하면서 살아야 하는구나.’라며 코피가 터져도 웃을 수 있는 정도의 재미, 잠을 못 자도 졸리지 않을 정도의 재미,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을 정도의 재미, 그런 재미있는 일을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대학에 들어온 목표 중 하나가 대학생활을 하면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재미있고 나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그러니 공모전과 인턴십, 아르바이트를 포함한 모든 새로운 도전을 시행해보자. 단순히 스펙을 쌓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꿈’을 찾는 하나의 과정일 수 있도록 하자.

고등학생 때와 달리 대학생이라면 독립심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대학생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상당히 많다. 과외나 사무보조부터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와 패스트 푸드 음식점 등 선택의 폭이 넓다.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용돈이나 등록금을 마련할 수도 있고,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경제관념과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 등을 느낄 수 있다.

이론만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공모전을 통해 어느 정도 실현 가능한지 평가해보는 것도 좋다. 또한, 공모전 참여를 통해 숨겨진 자질과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팀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다른 사람의 다양한 아이디어나 의견을 배울 수 있어 정말 좋은 기회다.

언젠가 배철수가 나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직장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고, 공부하기도 모자란 시간에 연애할 시간은 꿈도 못 꾼다는 말을 자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연애가 인색한 시대다. 모두 여유가 생기면 사랑하겠다고 하지만 20대에 하는 사랑은 아름다운 그 세대에서 할 수 있는 가치니 아무리 어렵더라도 조금만 시간 내어 사랑하라”고 충고를 했다. 부디 겨울방학에는 솔로 탈출로 영화 속에 나오는 달콤한 연애를 꼭 하길 바란다.

굳이 영화 속의 애틋한 연애가 아니라도 자원봉사로 따뜻한 온기를 베풀어보자. 자원봉사는 사전적 의미로 ‘어떤 일을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도움. 또는 그런 활동’이라고 나오는 만큼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어떨까? 관공서나 도서관 자원봉사보다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해비타트는 달동네에 희망의 집 고치기 프로젝트를 통해 벽지 및 단열재 작업 등을 한다. 또한, 그림을 잘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것 등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함께 나누는 재능기부도 하나의 방법이다. 세상에 필요한 것은 내가 가진 것을 나눠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이런 아름다운 마음이 순환하다 보면 세상은 좀 더 따뜻해질 것이다.

모방은 예술의 어머니라고 했다. 때때로 누군가의 버킷리스트와 실행과정을 보면서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버킷리스트를 실행 중인 김수영 씨는 암 선고를 받고 예고 없이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미래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희생하는 건 억울한 일이라고 여겨 매일 행복하게 살기 위해 버킷리스트를 실행하기로 했다. 그녀의 꿈 리스트를 살며시 훔쳐보고 나만의 겨울방학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나아가 더 먼 미래의 꿈 리스트도 함께 작성해보자.

버킷리스트의 유래는 아이러니하게도 중세에 교수형을 집행할 때 목에 올가미를 두른 후 양동이를 뒤집어서 올라간 다음 그것을 걷어차서 목을 매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kick the bucket(킥더버킷)’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의미를 유추해볼 수 있다. 죽음의 문턱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이 바로 하지 않은 일들이다. 그러니 무엇이라도 좋으니 저마다 대학생 때 꼭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언젠가는 해야지 라고 미래로 미뤄두지 말고, 이번 겨울방학에 행동으로 실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