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뉴욕은 新 아메리카드림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꼬마일 때 영어책에서 보고 한눈에 반해버린 도시가 바로 뉴욕이었다. 자유의 여신상이 뭔지도 모를 때부터 그림으로 또 알파벳으로 배운 단어가 ‘Statue of Liberty’였고, 영어책에서 항상 보던 사진은 맨해튼의 화려한 야경과 타임스퀘어였다. 사람들은 뉴욕이 미국에서 제일 미국 같지 않은 도시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에게 뉴욕은 미국 그 자체였고, 언젠가는 꼭 가야 할 곳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다짐했다. 만약 누군가가 전 세계의 모든 도시를 갈 수 있는 비행기 표를 펼쳐놓고 어디를 갈지 물어본다 해도 나는 주저 없이 뉴욕행 표를 들고 떠났을 것이다.

나에게 2011년은 정말 특별한 해였다. 여름 방학 때 교내 해외탐방장학금으로 뉴욕을 다녀오고 난 후, 그 다음 학기에 ‘뉴욕 인턴십’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뉴욕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뉴욕을 가고 싶다는 꿈을 이루고 ‘뉴욕 인턴십’을 통해 내가 꿈꾸던 뉴욕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에게 어쩌다 이런 황금 같은 기회가 생겼을까? 그 해답을 나는 매주 금요일 뉴욕인턴십에서 주최하던 ‘뉴욕리더십 아카데미’를 통해 얻게 되었다. 선생님께서 ‘현재는 미래의 현실이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말을 들은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말씀에 따르면 내가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뉴욕에 대한 환상이 나를 ‘뉴욕의 주인’이 될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였는지 비록 뒤늦게 지원했지만 내가 제출한 영문이력서와 지원서가 일사천리로 통과되면서, 영어레벨테스트와 관심 있는 분야의 회사 추천을 거쳐 미국 현지 회사의 매니저와 면접을 하게 되었다. 2~3일간의 설렘 속에 결과는 세계 최고의 로펌인 ‘Baker & Mckenzie Marketing’ 사의 인턴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로펌 인턴 이선미의 ‘레알 뉴욕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드디어 뉴욕에 도착!

회사는 맨해튼에서도 가장 중심가인 타임스퀘어를 왼쪽으로 끼고 있는 42번가에 있었고, 그 앞에는 뉴요커들이 사랑하는 브라이언트 파크가 있었다. 내가 일하는 곳은 저 멀리 허드슨 강이 내려다보이는 그 빌딩의 44층으로, 그 안은 수많은 엘리트 변호사들이 일분일초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곳이었다.

처음 근무를 시작한 날, ‘정규 트레이닝 프로그램’ 교육을 받으며 ‘이 회사가 정말 나의 회사구나!’라는 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나온 사원증으로 체크인하고 출근했을 때, 회사 Directory에 내 이름이 ‘Marketing Intern’으로 찍혀서 나온 날, 이 모든 것이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감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 회사 생활과 그것도 100% 네이티브 외국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모두 반갑게 환영해주었지만, 이 험난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모든 것이 낯선 내게 그들이 호의를 베풀어줄 여유는 없었다. 또 나의 포부에 비해 내가 맡은 역할과 비중이 미미하게 느껴져서 속상할 때도 무척 많았다.

하지만 그때 선배들이 내게 해줬던 조언에는 모두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네가 먼저 다가가라’. ‘항상 밝고 멋지게 너의 존재를 알려라’였다. 그 다음 날부터 나는 회사에 더 일찍 출근해 지나가는 동료들, 매니저와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물었다. 그러자 점차 사람들이 내 영문이름인 ‘Sunny’를 기억하게 되었고, 이후 나에 대한 수식어는 ‘nice 한 Sunny’. ‘Sweet 한 Sunny’가 되었다. 처음엔 외국문화와 외국인에 낯설었는데, 같이 생활을 해보니 그들도 나와 같은 인간이었다. 특별한 날에 함께 축하하고 즐거운 일이 있을 때 함께 웃어주고, 그리고 아플 때 걱정해주면서 상대의 호의에 감동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일하는데 ‘영어’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느끼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인턴을 영어실력도 늘리고 경험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지만, 그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인턴 자체가 바로 업무 현장에 투입되는 것이므로 이곳에서는 자신의 실력보다는 준비된 자세가 필요하다. 학교에서 쓰던 영어가 학문적이고 일반적인 영어였다면, 회사생활에서는 비즈니스 영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영어로 이메일 쓰는 법, 전화로 대화하는 법, 서류를 작성하는 법 등은 자신의 실력이자 기본적인 에티켓이므로 매우 중요하다.

회사는 사교모임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 생활을 하면서 아무리 사람들과 친해지더라도 꾸준히 자기가 실력을 쌓고 준비해야 할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뉴욕생활을 통해 무엇보다도 큰 자신감을 얻었다. 뉴욕에 가고 싶고, 뉴욕에서 살고 싶다는 단순한 꿈이 ‘뉴욕 인턴십’을 통해 이루어졌듯이, 인턴을 마치고 나니 이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짧은 6개월 인턴생활이었지만 나는 이번 경험으로 다음에는 정말 나 자신이 비즈니스 커리어 우먼으로 뉴욕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꿈을 다시 꾸게 되었다.

뉴욕에서는 마음만 먹는다면 기회를 발견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 함께 인턴을 하던 학생들과 뉴욕에서만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

한인단체의 협찬을 받아 타임스퀘어에서 한복을 입고 아프리카의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모기장을 보내는 넷츠고 활동 홍보와 모금활동을 하였다. 활동을 통해 우리는 한국인들이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고 전 세계의 인류를 사랑하는 민족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뉴욕은 정말 멋진 도시이다. 세계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들이 가득한 이곳에서 살다 보면 더욱 더 큰 세상과 그것을 바라보는 더 큰 시야를 가질 수 있다. 같은 미국인들도 휴가철을 화려하고 멋지게 보내기 위해 뉴욕으로 오기도 한다. 뉴욕은 할로윈데이 가장행렬, 추수감사절의 풍선 퍼레이드, 크리스마스 시즌의 쇼윈도도 정말 멋지지만 매 순간순간이 역사의 현장이 되기도 한다.

나는 이곳에서 분노한 미국인들의 Wall Street의 행진을 실제로 보기도 했고, 스티브잡스 추모 행사에 직접 참가도 했다. 또 UN 본부 앞에서는 이스라엘인들과 파키스탄인들의 시위를 직접 눈앞에서 보기도 했다. 뉴욕에서 각자가 찾는 의미는 모두 다르고 다양하겠지만, 나는 이 기회의 땅 뉴욕에서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될 의미를 찾았다. 이번 인턴십을 통해 얻은 경험이 바탕이 되어 앞으로 내게 다가올 세 번째 뉴욕행도 더 멋진 모습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뉴욕 인턴십 지원을 결심한 모든 학생에게도 이 기회가 그들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